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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재발견

by 심평온 2015. 7. 1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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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쓰다 말았던 거 오늘 완성시켰다.

아마 그 책에서 독자들에게 해보라고 내 준 문제였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1_ 마음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상호연관성

Q. 경제적인 면에서 걱정이 없다고 가정할 때, 은퇴하여 세상의 골칫거리를 피해 지낼 만한 곳이 있는가? 경비가 삼엄한 캠프와, 발리와 같은 고립된 문화와, 카리브해의 외딴 섬 가운데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그곳에서 얼마나 행복하리라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는?

A. 제시한 셋 다 막연한 이미지만 있을 뿐 어떤 곳인지 가본 적도 없고 관심을 두고 찾아본 적이 없다. 발리도 섬 아닌가. 카리브해의 외딴 섬이 괜찮을 것 같다. 난 아마 꽤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 거다. 지금도 섬에 살고 있는 거나 다름없는 생활 중인데(그것도 혼자) 아주 잘 살고 있다. 상호연관성에 대한 주제로 한 질문에 대한 대답치고는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인간은 어디든 적응하며 살아왔다(다른 생명체들처럼). 그리고 나는 어찌어찌 살아오면서 히키코모리 기질이 생긴 건지 타고난 건지 혼자서 참 잘 논다. 사람 만나는 게 싫은 건 절대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들이 대부분 혼자서 하는 게 편한 것들이라. 그렇다고 좋게 말하면 속세를 떠나 자유로운 삶, 나쁘게 말해서 고립된 섬 생활이 외롭지 않다는 것도 물론 아니다. 처음 자취한 날, 짐을 옮겨 주신 부모님이 집으로 떠나고 혼자 남아 펑펑 울었을 정도로 무섭고 무거운 외로움에 견디기가 어려웠다. 뭐, 처음에 그랬고 차츰차츰 적응해가며 나중엔 혼자 사는 자유로움에 행복을 느낄 수도 있었다. 경제적인 면에서 걱정이 없다면 외로울 때 가족들과 친구들을 비용을 다 대주고 초대할 것이고, 얼마든지 육지로 놀러 갈 수 있을 테니 별 문제가 없다. 나 개인의 성향이 워낙 한량 같은 면이 있어(학교, 일, 약속에는 칼 같긴 하지만) 은퇴 후 속이 허한 느낌에 우울해 하진 않을 것 같다. 지금 그 때를 대비해서 잘 연습하고 있다. 백수 연습. 아, 취직하고 싶다.

진화

Q. 현재가 아니라 다른 시대에 살았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있는가? 있다면 왜 그런가?

A. 지금이 좋다. 한두 살 어리고 싶긴 하지만(90년대 사람이 되고파요).

우연과 필연

Q. 현재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면, 거기서 선택의 여지가 얼마나 있었는가? 어느 학교에 들어갈지 스스로 결정했는가? 스스로 선택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는가? 스스로 친구나 배우자(연인)을 선택했는가? 현재 자신의 직업은 스스로 선택한 곳인가 아니면 우연히 들어간 곳인가? 삶의 여러 측면 가운데 자신이 생각하여 결정한 결과는 얼마나 되는가?

A. 초중고는 교육청의 뜻대로. 대학은 엄마의 뜻대로. 우선 수능이 망했고 가고 싶은 대학은 떨어져서 그러지 못했다. 대판 싸우고 알았다 더러워서 당신 뜻대로 한다는 마음으로 지원했던 곳에 붙었기 때문에 사실상 엄마 뜻대로. 직업 역시 엄마 친구 내 친구 엄마 소개로. 이렇게 보니 내 생각으로 결정된 게 없군. 내 생각으로 결정한 건 꽃을 배우고 꽃집에서 일하다가 꽃일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 씁쓸하다. 슬프다.

Q. 우연과 필연 가운데 자신의 삶을 더 많이 좌우한 것은 무엇인가? 둘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둘 중 어느 것인지에 따라 무엇이 달라졌는가?

A. 우연? 필연? 이것도 말장난 같다. 우연이라면 우연이고 필연이라면 필연이지. 엄마가 내가 서울여대를 지원하고 있을 때 동아대와 면접날이 겹쳐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옆에서 어차피 떨어질 거 왜 쓰냐고 무섭게 간섭한 덕에 용기가 없어짐과 동시에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뭔가 잘못 됐을 때 엄마 탓을 하려는 마음으로 막 선택한 것이 우연이라면 우연. 어차피 나는 서울여대에 떨어졌을 거고 그걸 나도 느끼고 있었기에 동아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필연이라면 필연이겠지.

자유

Q. 다음 중 어떨 때 더 자유롭다고 느끼는가? 혼자있을 때인가,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인가? 일할 때인가, 쉴 때인가? 자유라는 느낌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오는가, 아니면 반대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오는가?

A. 혼자 있을 때 자유롭다. 아무것도 안하든지 뭔가를 하든지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자유로울 때가 아닐까.

선과 악

Q. 자신의 삶에서 엔트로피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슬프거나 짜증스럽거나 우울할 때는 언제인가? 누구의 잘못인가?

A. 최근 몇 년 꽤 장기적으로 우울해본 사람으로서... 사회라는 시스템과 거기에 왠지 모르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내 자신 때문에 우울하다. 내가 소중하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사회에서 보잘 것 없다는 현실을 알기 때문에 우울했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몰라서 우울했다. 인간관계 때문에 씁쓸했고 내가 뭘 원하는지 몰라서 힘들었고 도무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무서웠다. 이명박 이후 박근혜 당선 후 절망했고 그 절망감은 정확히 들어맞는 예감 같은 거였다. 의아할 정도로 애국심이 사라졌고 이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지금은 깨끗하게 없어진 상태다. 나는 나 개인으로도 사회의 구성원으로도 절망하고 있었다.

자아

Q. 당신을 움직이는 핵심 원칙은 무엇인가? 명예? 재물? 사랑받으려는 마음인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려는 마음인가? 시기의 대상이 되려는 마음인가 감사 받으려는 마음인가? 무엇을 잃어버리면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가?

A. 인정받고 싶은 마음. 타인과 자신에게. 그저 나란 사람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 지금 생각하면 하고 싶은 걸 몰랐기 때문에 혼란은 예정된 수순이었구나 싶다.

2. 무엇이 마음을 조종하는가.

영원한 불만족

Q. 당신은 삶에서 어떤 면이 가장 불만족스러운가? 외모, 돈, 인간관계? 이제 원하는 목표를 다 이루었다고 가정해보자. 행복할 것 같은가? 그래도 여전히 바라는 것이 있는가? 이 세상의 부자 가운데 행복하고 만족스러워 보이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A. job. 스물일곱 먹어서 한심하고 유치하지만 진로. 꿈. 그게 충족되면 연애나 결혼 정도가 남지 않을까 싶다. 무심하고 사람 못 믿고 정착 못하는 성향 주제에 진정한 한명을 갖고 싶기도 하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부자라. 재벌보다 건물주, 연예인, 스포츠 스타 이런 사람들이 더 행복해 보이더라. 물론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는 못 나가면 스트레스 받겠지만.

혼돈과 의식

Q. TV나 라디오 소리가 들리면 마음을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방해가 되는가? 생각할 일이 있을 때 마음을 집중하는 방법이 있는가? 이를테면 노트에 기록을 한다든지, 목록을 만든다든지, 명상을 한다든지 등의?

A.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방해? 근데 집중하면 신경 안쓰게 되지. 집중할 땐 지금처럼 노트에 기록하는 게 제일임.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

Q. 가끔 아무 이유 없이 행복해지는가? 아니면 모든 일이 뜻대로 흘러갈 때만 행복한가? 웅장한 광경이나 아름다운 노래를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가? 아니면 목표를 달성할 때만 행복해지는가?

A. 뜻대로 흘러간다라... 그런 일이 안 일어난 것이 너무 오래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행복은 틈틈이 찾아온다. 길이 보일 때, 하고 싶은 걸 찾았을 때, 책을 읽을 때, 오늘 피츠버그 경기 같은 경기를 볼 때, 좋은 풍경을 볼 때, 예쁜 사진이나 몸매 좋은 여자 사진을 보며 열심히 운동하자고 다짐할 때(물론 운동할 땐 진짜 힘들다) 등등 지금도 굳이 따지면 좋아하는 순간이다.

Q. 바라던 일이 원하던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보통 어떻게 하는가? 실망하여 씁쓸해하거나 안달하는가? 아니면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하는가?

A. 씁쓸해하고 절망하는 것 같다. 뭔가 취준하면서는 자존감이 더 떨어졌기 때문에. 그래도 지금은 자극 받아 열심히 하려고 한다.

4. 몰입을 방해하는 외부의 위협

선택의 힘

Q. 당신의 인종이 아닌 다른 인종이 결국 세상을 장악하게 된다면 기분이 언짢겠는가? 서기 3천년 그린 다음 시나리오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불편한가? 첫째, 전세계 인구 대다수가 중국인이다. 둘째, 당신의 모국어를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셋째, 당신의 가치관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A. 첫 번째는 불쾌하고 두 번째는 막막하고 세 번째는 두렵고 답답할 것 같다.

권력과 억압

Q. 제3세계 국가의 나무가 선진국의 가구가 되고, 제3세계 국가의 공기가 선진국의 오염물질 때문에 더러워진다. 이러한 상태를 개선해야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가?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A. 당연히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니 우울증에 걸렸지. 나도 어지간히 부정적이었다. 그러니까 자기 현실에 만족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식으로 이겨내는데 나는 만족이고 뭐고 결국 절대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는 거구나 절감하며 좌절만 했다. 뭐 절대까진 아니라 쳐도. 인간사회에서 누군가는 갑이고 누군가는 을이라는 사실 자체에 절망했던 것 같다.

의태착취

Q. 잡지를 읽거나 TV광고를 보게 되면 그 의태 전략을 찾아내보라. 광고가 어떻게 관심을 끄는가? 광고에서 팔려는 상품이 어떤 바람직한 면과 연관되어 있는가? 당신은 어떤 광고에 가장 흥미가 쏠리고, 그것은 당신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A. 다른 나라의 광고를 많이 본 것이 아니라 어떤지 모르겠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광고에서도 정말 의태착취가 만연하다. 화장품, 의류, 휴대폰, 에어컨, 냉장고, 보험 그게 뭐든 잘 빠진 연예인을 제품 옆에 세워놓고 이 제품을 사용하면 이 연예인처럼 된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속임수에 알면서도 속아주고 또 속고. 취업을 앞둔 몸과 마음이 가난한 대학생이 보기엔 더 이상 구매욕구가 생기지 않아 잘난 연예인 얼굴을 구경하는 것 이상의 생각은 없다. 사실 집에 TV도 없기 때문에 광고를 잘 볼일이 없다. 인터넷에 뜨는 수많은 광고들도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나마 좀 흥미 있었던 건 올레광고. 버스커x2 보컬 남자애가 빠름 빠름~ 하면서 그림들이 빠름을 상징하며 확 바뀌는 게 재미있었다. 하지만 나는 skt이용자. 광고가 내게 미친 영향은 그 광고를 볼 때마다 빠름~ 빠름~ 이걸 따라하게 된다는 것 정도.

8. 몰입을 통해 스스로 초월한 사람들

자기진화의 과정

Q. 지난 5년 동안 우선순위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같은 목표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목표인가?

A. 나는 아직 업에 있어 방황 중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같다. 뭘 하며 살 것인가. 하지만 목표는 바뀌었다. 현실에 순응하면서도 진짜 내 업을 찾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Q. 삶을 마감할 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A. 정말 상상이 안 된다. 잘 모르겠다. 지금 친한 친구들이랑 여전히 친할지도 궁금하고 가정을 이루고 있을지 사랑하는 사람은 만났는지 작가가 되었는지 어떻게 성장해서 어떤 생활을 해서 어떤 인간으로 살았는지 왜냐하면 지금의 모습으로 살고 싶지는 않은데 그러려면 내가 변해야하고 그게 어떻게 작용할지 겪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는 거네. 음... 앞에 내가 궁금한 것들이 모두 좋은 방향으로 풀렸으면 좋겠지. 마감할 때면 간간히 번역일이나 아니면 내 글을 쓰면서 아니면 그냥 다 은퇴했을 수도 있겠다. 아니 은퇴해도 혼자 취미로 글 쓰고 있겠다. 아무튼 그땐 그냥 남편이랑 조용히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도니도 좀 챙기고 살아있는 친구놈들이랑도 잘 지내고... 노년답게 보내고 있어야지.

9. 세상을 변화시키는 몰입의 힘

좋은 사회

Q. 다음 세 가지 중 당신의 현재 환경에서 가장 부족한 면은 무엇인가? 자유, 평등, 친밀한 대인관계.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A. 자유? 평등? 평등? 평등이 부족한 건 뭘까나. 역시 사회적인 문제인데. 수퍼을로서의 삶. 자유도 뭐 같은 맥락.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으니까 그것도 그렇고.

좋은 사회를 위한 교육

Q. 살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정보는 무엇인가? 어디에서 어떻게 배웠는가? 다른 사람도 그것을 배울 수 있는가?

A. 책과 나 자신에게 배웠다. 백날 좋은 정보를 알려줘도 내가 이해를 했어도 그게 또 나중에 보면 이해한 게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고 여러 경험을 하고 다시 그 주옥같은 말들이 혹은 평범하고 뻔한 말들이 어떤 진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는 거다. 그건 그냥 그 사람에게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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